배너 닫기
뉴스등록
포토뉴스
맨위로

‘홍익 에제르 미술교습소’ 안남진 대표,“기계적 재현에 몰두하기보다는 어떻게 표현할지 고민하는 시간이 더 많아져야 합니다.”

안 대표 "지금은 못 그려도 평생을 친구처럼 그리다 보면 더할 수 없는 행복을 느끼게 됩니다."

등록일 2019년10월07일 13시34분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현대 미술은 생각하는 미술이다. 현대 미술만의 고유한 언어가 있기 때문에, 그 언어를 알지 못하면 현대 미술을 감상할 수 없다. 마치 외국어와도 같은 것이다. 현대 미술 이전의 미술은 외부 세계를 그대로 재현해내는 것이 목표였기 때문에, 작가의 내면적 감정이나 생각은 도외시 되었다.

 

하지만 사진기의 발명으로, 미술은 무언가를 재현해내야 한다는 목표를 잃게 되었다. 그렇게 미술은 자기 자신만의 목표를 세우기 위해, ‘생각’과 ‘표현’을 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태도는 미술에 대한 본질적인 의문을 품게 한다.

 

이러한 의문을 품으면서 개개인은 모두 철학가이자 미술가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미술의 진가를 알게 된다. ‘홍익 에제르 미술 교습소’를 운영하고 있는 안남진 대표는 자신의 학생들을 모두 철학가이자 미술가로 만들고자 노력한다. 내가 정말 그리고 싶은 것을 ‘구상’하고 ‘표현’할 수 있게 돕고자 한다. 그렇기에 강제성도 없다. 그래서 인지 그의 아래서 배우고 있는 학생들은 모두 행복해 보인다.

 

과연 이렇게 현대적인 모토로 아이들에게 미술을 가르치는 곳이 국내에 더 있을까하는 생각도 든다. 우리는 양천구 신정동에 위치한 그의 교습소를 방문해, 그가 겪어온 이야기들과 생각들에 대해 더 이야기 나누어 보았다.

 

홍익 에제르 미술교습소 안남진 대표
 

Q. ‘홍익 에제르 미술교습소’는 어떤 곳인가

A. 저희는 그림을 그려도 되고, 그리지 않아도 되는 곳입니다.

어떤 장면이나 사물을 보고 그림으로 똑같이 뽑아내는 일은 이미 사진기, 프린터기, 인공지능이 합니다. 우리는 주제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하는지, 어떻게 해석할 것인지, 어떤 메시지를 보는 이들에게 전달할건지 고민합니다. 의도가 정해지면 형식은 자연스럽게 정해집니다. 아이들이라고 해서 사고의 완성도가 낮을 거라는 편견은 없어져야 합니다. 한 작가로서, 화가로서 대우해줄 때 아이들은 예상을 뛰어넘는 빛을 발합니다.

 

Q. ‘홍익 에제르 미술교습소’를 운영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

A. 대학생 때 헨리 데이빗 소로우의 ‘월든’이라는 책을 읽고 감명을 받았습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로 죄를 짓지 않으며 최소한의 생활비를 벌겠다는 그의 다짐이 제 머리에 박혀서 빠져나가지 않았습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일은 첫째로 그림, 둘째로는 아이들과 함께 하는 일입니다. 게다가 그 당시 갑자기 닥친 가정사로 아이들을 가르치는 아르바이트로 학비와 생활비를 벌고 있었는데, 이를 기특하게 여기신 원장선생님께서 때마침 학원을 그만두시며 저에게 이를 물려 주셨습니다.

 

Q. 그렇다면 ‘홍익 에제르 미술교습소’의 교육은 어떻게 구성 되어 있나

A. 아이들마다 잘 그리고 싶은 분야가 다르기 때문에 각각 진행합니다. 시각 이미지 자료를 준비하거나 만들기처럼 재료가 미리 필요할 때에는 먼저 준비해두지만, 언제나 1순위는 아이가 오늘 그리고 싶은 그림입니다. 특히 문을 열고 들어오면서 “선생님 저 오늘 이거 그리고 싶어요!” 라고 말할 때 가장 반갑고 기쁩니다. 일상생활에서도 그림에 대해 생각해온 증거이기 때문입니다.

 

Q. 상담 및 문의 시 어떤 점 을 중요하게 생각하시나

A. 질문과는 정 반대로 저는 아이들에게 선택권을 줍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선생님, 좋아하는 장소에서 그림을 그릴 때 창작욕이 극대화되기 때문입니다. 같이 그림 그리는 사람들, 그곳의 분위기, 공간에 깔린 생활 소음, 과정에서 소요되는 동선 등 많은 비언어적인 것들이 첫인상을 정합니다. 따라서 등록하기 전에 체험 수업을 먼저 해보고 저와 이 장소가 마음에 들면 그때 고민해보라고 권합니다.

 

홍익 에제르 미술교습소 아이들 수업 모습
 

Q. 타 학원과 비교 시 홍익 에제르만의 장점 및 차별성이 있나

A. 그림 그리기 싫어할 때, 어려운 난관에 부딪혔을 때 아이의 시선에서 생각하고 말하려합니다. 한 예로 연필을 쥐고 그릴 때 힘이 조절이 되지 않아 너무 강하게만 그리는 아이가 있었습니다. 지우개로 열심히 지워도 자국이 남았고, 완벽하게 그리고 싶은 마음에 “새 종이! 새 종이!”만 외치며 몇 장을 그려대다 스스로 지쳐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그 과정을 조용히 지켜보며 기다렸다가 풍선을 몇 개 꺼내왔습니다. 함께 매직으로 풍선에 그림을 그렸는데 혹여나 터질까 자연스럽게 힘을 풀고 살살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풍선에 가족 얼굴을 모두 그렸을 때 “그 느낌을 기억해봐. 이제는 똑같이 종이에 그려보자.” 라고 했고 우리는 웃으며 헤어질 수 있었습니다.

 

Q. 대표로써 가장 큰 보람을 느낀 사례나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

A. 예전에 어렸을 때 다니던 친구 하나가 고3이 되어 다시 취미 미술로 다니겠다고 찾아왔습니다. 고3이면 취미보다는 공부에 집중할 때라고 말렸지만, 아이의 이야기를 듣고 받아주었습니다. 친한 친구가 교통사고로 죽었는데 그 상처로 공황장애가 왔고, 이 친구가 너무 힘들어하자 어머니께서 소원 하나는 꼭 들어준다고 하셨습니다. 그 때 어렸을 때 다니던 미술학원에 다시 보내달라고 소원을 빌었다고 합니다.

 

그 친구가 집에 가면서 해준 말이 있습니다. “내가 나 그대로 인정받을 수 있는 곳이 여기밖에 안 떠올랐어요.”

 

Q. 여기까지 온 노하우가 있다면

A. 학원 오는 날을 손꼽아 기다리던 아이들도 권태기가 옵니다. 예전엔 그림을 잘 그린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 자기 그림이 마음에 들지 않고 지루해지는 겁니다. 그럴 때는 아이와 학부모님께 이런 이야기를 해줍니다.

 

“그림실력이 느는 데에는 두 가지가 꼭 필요해. 하나는 눈이고 하나는 손이야. 그런데 안타깝게도 이 둘은 같이 늘 수가 없어. 먼저 눈이 늘어. 관찰하고 천천히 살펴보고 예쁜 구석을 발견하지. 그런데 아직 손이 눈을 따라가지 못한 거야. 그러면 지금처럼 내 그림이 아주 못나 보이지. 자신감이 없어지니까 그리기 싫고 점점 더 재미없고. 눈이 먼저 늘면 부족했던 부분이 마구 보이기 시작하면서 손이 열심히 따라가려고 노력을 해. 그런 고된 과정을 계속 겪으면서 실력이 성장하는데 지금이 딱 그 시기야. 예전에 잘 그렸다고 생각했던 그림을 지금 꺼내보면 그때 기억과는 다를걸? 지금은 진짜 못 그리는 게 아니라 손이 눈을 따라가려고 힘든 거야. 선생님 눈엔 얼마나 훌륭한데!”

 

Q. 앞으로의 전망 과 목표가 있다면

A. 저희 미술학원 앞 초등학교에서는 과학상상화 대회라는 걸 매년 합니다. 모두 열심히 생각하고 준비해서 그리지만 누군가에 의해 1등 2등 3등이 결정됩니다. 자신의 그림을 제3자가 판단한다는 것은 자기 작품에 애착을 가지고 만족했던 아이에게 어쩌면 실망스러운 결과를 안겨줄 수도 있는 슬픈 일입니다. 그래서 2, 3년에 한 번씩 제 사비로 작은 갤러리에서 아이들 전시회를 합니다. 전시된 곳에서는 모두가 화가며 작가이고, 모두 1등이 될 수 있습니다. 가장 소중한 사람들에게 초대장을 쓰고 자기 그림을 이야기해주는 아이들을 가만히 보고 있으면 “그래 이 맛에 하지.” 라는 생각이 듭니다. 너무 큰 꿈이지만 나중에는 예술의 전당 같은 곳에서 아이들과 전시를 해보고 싶습니다. “너희 그림이 이렇게나 대단하대!” 이렇게 자신 있게 외칠 수 있을 때까지요.

 

홍익 에제르 미술교습소 단체 모습
 

Q. 인터뷰 기사를 접하게 될 독자에게 전하실 말씀이 있다면

A. 그림은 지금 당장 잘 그리는 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하고 싶은 마음, 재미있었던 기억, 감정을 녹여내고 아름다운 것을 만들어냈던 희열, 뭘 어떻게 그릴까 나 스스로와 끊임없이 대화했던 순간들. 그런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이 가장 중요합니다.

제발 지금 바로 그림을 잘 그리는 것에 몰두하지 마세요. 당장은 반에서 그림 잘 그리는 아이로 주목을 받더라도 억지로 배웠다면 다시는 붓을 잡지 않을 겁니다. 지금은 못 그려도 평생을 친구처럼 그리다 보면 더할 수 없는 행복을 느끼게 됩니다. 부디 아이들에게서 이런 행복을 앗아가지 말아주세요.

심정보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올려 0 내려 0
관련뉴스 - 관련뉴스가 없습니다.
유료기사 결제하기 무통장 입금자명 입금예정일자
입금할 금액은 입니다. (입금하실 입금자명 + 입금예정일자를 입력하세요)

가장 많이 본 뉴스

종합 연예 스포츠 플러스 핫이슈